약초기행 < 홍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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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 惠 善 (작가·연변작가협회 주임)

차는 연길을 벗어나 부르하통하를 끼고 달리다가 왼쪽으로 굽어들면서 산길에 들어선다. 포장하지 않은 길이라 비에 질척거렸지만, 차창너머 젖은 풀숲에서 진한 풀 향기가 날아와 차안을 싱그럽게 했다. 가끔 앳된 송아지가 길에 뛰어들어 차가 주춤했다. 혼자일 때도 있고, 형제인지 친구인지 두세 마리 함께 나타나기도 했다. 자연이 내린 선물이니 떠나갈 때까지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송아지는 천진한 눈빛으로 한참씩 차를 돌아다보다가 껑충껑충 녹음 속으로 사라진다.

약초답사의 첫 코스는 용정시 소기골(소箕溝), 낮은 산이 동서남 삼면에 둘러 싸여있어 소쿠리모양이라고 그렇게 부른다. 차가 인가가 있는 길 어귀에 이르자 닭, 오리들이 한가히 노니는 모습이 보이고 개 짖는 소리들이 들렸다. 녹음과 풀향기, 송아지, 개, 닭 등 이런 분위기만으로도 일행은 농부같이 편안히 자연에 어우러진다.

소기골 어귀에서 한 50대의 장년이 나타나 길을 인도했다. 일행은 동쪽의 나지막한 산을 향해 걸었다. 비포장 도로여서 오랜만에 신바닥에 느껴지는 진흙의 느낌이 친근하다. 나만 빼면 모두 전문가이다. 자연스레 뒤쪽에 처져서 걸으며 여기저기에서 터지는 환성을 듣는다. 약초와 풀의 차이는 뜻이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에 의해 구분된다. 뜻이 있는 사람은 약초를 만나고 뜻이 없는 사람은 풀을 만난다.

싱그러운 내음이 풍기는 풀숲에서 전문가들은 자식이나 부르듯 약초 하나하나의 이름을 부른다. 약초들은 웃으며 답하고 있으리라. 문외한의 눈에는 한낱 풀에 불과한 것인데, 약초의 가치와 아름다움을 최대한 알아주는 전문가들의 혜안에 의해 풀숲에서는 초록빛 드레스를 입은 생명의 천사들이 태어나고 있었다.

도꼬마리, 산사, 고삼, 장구채, 패랭이, 도라지, 솔나물, 뚜깔, 부추, 원지, 익모초…. 약초스타들은 하나하나 섬세히 촬영되고 있다.
그중 부추는 우리 연변말로 《염지》라고 부르고 중국말로 《쥬차이(구菜)》라고 부른다. 염지는 돼지고기와 함께 물만두 속을 해서 먹거나 절여서 김치로도 먹는다.

우리 조선족은 부추 꽃을 소금에 절여 보신탕이나 육개장에 양념으로 넣어 먹고, 고추장처럼 밑반찬으로도 먹는다. 청나라 가경황제가 등극할 때 궁정에 천수연(千수宴)을 차렸다는 유명한 매운탕 길림화과(吉林火鍋, 솥이라는 뜻)가 있는데, 만족들의 이 요리에도 부추 꽃을 양념으로 넣는다. 한족 요리로 우리의 식탁에 경상적으로 오르는 부추 계란 볶음이 있는데, 한족들은 이 요리가 위를 덥히고 양혈하고, 신장과 허리, 무릎을 덥힌다고 한다. 부추에 새우를 볶거나 생부추와 가래토시(호두)를 메워서 먹기도 하는데, 이렇게 먹으면 양기를 돕는다고 한다.

일행 중 누군가 부추의 종자는 한방에서 구자라 하며 비뇨기계통의 질환에 이용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돌아와서 그 이야기를 했더니 어머니는 염지(부추)씨가 변비에 특효라고 말씀하신다. 씨를 가루 내어 꿀에 재워서 환을 지어먹으면 노인들의 완고성변비가 곧 정상 변으로 풀린다고 한다.

이제 내 눈에도 부추의 가느다란 비늘줄기는 우아한 난으로, 머리에 인 하얀 꽃은 진주처럼 보이는 것은 풀이나 채소로가 아니라 약초로 만나게 된 까닭이다. 여전히 식탁이나 칼도마를 오르내리겠지만, 그래서 한결 더 편하게 만나며 자연의 뜻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먹을 것이다. 자연을 가까이하면 약초는 부추같이 항상 가까이에 있다는 깨달음을 가지고 먹으리라.

멀지 않은 거리인데 길옆은 약초 박람회(博覽會)마냥 걸음마다 일행의 발목을 잡아 꽤 시간이 걸렸다. 가파르지 않고 봉긋한 산등성이에 올라보니 상당한 면적의 밭에서 풋배추만큼한 식물이 자라고 있었다. 일부는 김을 맸고 일부는 비가 와서 김을 매지 못한 채로 있었다. 동우당제약회사의 도라지 재배단지였다. 허담원장은 좋은 약재를 만들기 위해 직접 중국 곳곳에 약초산지를 만든다고 했다. 도라지 밭도 그 중의 하나, 실농군을 구해 화학비료를 쓰지 않고 손작업으로 재배하고 있었다. 그는 자금을 투자한다고 하여 좋은 약재가 오는 것이 아니고, 반드시 정성이 들어가야 좋은 약재를 구할 수 있다고 한다.

도라지꽃이 소기골의 동산을 보랏빛으로 물들일 9월이 앞에 있다. 약초는 뜻있는 사람과 만나고 질 좋은 약초는 뜻이 큰 사람과 만나는 모양이다. 인간 스스로 자연에 겸허한 태도를 취해야 자연의 보답을 받을 수 있는 모양이다. 가는 정성이 있어야 오는 정성이 있는 것이니, 인간세상에서도 그러려니와 자연에서도 이 하나의 도리로 통하는 것 같다.

약초에 대한 촬영을 시작하자 신기하게도 하늘은 잠시 비를 멈추었다. 모두들 큰 은혜를 입은 것으로 생각하며 하늘에 감사했다. 촬영장비가 비를 맞아 촬영이 잘 되지 않을까봐 걱정했기 때문이다. <계속>

필 자 약 력
△중국 길림성 연길시 출생(48세)
△연변대 漢語학부 졸
△연변일보, 길림신문사 기자 역임
△현 연변작가협회 창작실 주임 겸 소설창작위원회 위원
△장편 ‘빨간 그림자’ ‘紅胡蝶’ 등 작품집 8권

협찬 : 옴니허브닷컴

 

2004년 10월 15일 () 14:02:00

 

민족의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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