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한의사로서 수십년 간을 약재의 산지를 찾아다니며 약재에 대한 애정이 깊이 들었다. 약재를 연구하며 한방을 생활 속에 응용할 방안을 찾다보니 거기에 한방차가 있었다.

동양 사람들은 자신을 둘러싼 자연을 받아들이고 자연의 소산물들과 더불어 살아가는데 익숙하다. 문화가 시작될 무렵의 고대인들은 주변의 많은 초근목피들을 맛보고 달여 먹으며 생활 속으로 그것들을 불러들였다.

귤피차 (사진:동우당제약)

이것이 아마 건강을 희구하고 질병을 치료하려는 초기 약의 형태일 것이다. 이러한 경험들이 정리되고 기록되면서 본초학의 체계가 잡혔다. 한방차의 역사는 본초학의 역사와 그 궤를 같이 한다. 한약재나 약초를 차처럼 우려마시거나 달여서 음용하는 한방차는 내 건강을 위해 찾아먹는 귀한 음료이다. 차인들이 말하는 것처럼 한방차를 녹차의 대용차로 바라보기보다는 오히려 녹차 역시 자연의 소산물로 보아 한방차의 한 형태로 볼 수 있지 않을까. 본초서에 차엽도 많은 약재 중 하나로 기록되어 있는 것을 보면… 단지 시각의 차이일 뿐이다.

한의학을 전공한 사람으로서 젊은 사람들이 한방에 대한 선호도가 점차 떨어지는 것 같아 안타깝기 그지없다. 한방을 어떻게 그들에게 설명할까. 잠시라도 도시를 떠나 자연으로 들어가면 청량한 자연의 냄새가 우리를 반긴다. 들판에 핀 이름 모를 꽃도 저 나름의 소박한 아름다움과 향기가 있으며 조금만 더 걸어올라 숲속으로 들어가면 숲이 주는 방향은 코 끝을 상쾌하게 자극하여 온몸에 싱그러움을 전한다. 우리가 자연에서 만나는 풀뿌리 나무껍데기 초근목피가 바로 한약재와 동질이 아니든가.

황금 밭에서..

자연이 주는 냄새, 포근함, 다양한 질감, 천연색색의 조화로움을 연출하는 방법으로 한방을 얘기해 보자. 풀잎 열매 꽃 뿌리 나무껍질 등 한약재가 되는 소재를 차로 우려마시는 일은 그다지 간단치 않다. 약재의 물성을 알아내 향미가 바로 침출이 되도록 가공하는 일은 많은 시행착오를 거쳐야 한다. 그것이 재미이기도 하지만…. 서로 다른 소재를 섞어 분량을 조절하고 적절한 맛과 향 등 다양한 베리에이션을 연출하는 일, 그리고 각각의 효능을 설명하는 일까지 한방차를 만들고 배우는 과정은 단순히 다도를 익히고 커피를 배우는 것과는 또 다른 맛이 있다. 마치 넓게 펼쳐진 자연을 한 잔의 찻잔에 담아내는 일과 같은….

이 모든 과정은 우리 한의학의 비조인 신농씨가 백초의 맛을 보아 본초를 정리해 나가는 일과 매우 닮았다. 사람들에게서 한방에 대한 관심이 멀어져 가고 있는 이 때 우리 한방을 이렇게 풀어내는 것도 한 방편이리라고 생각한다.

한방차라고 할까, 천연물차라고 할까? 자연이 준 선물, 초근목피를 우려마시는 일은 예측하지 못한 생경하고 다양한 맛을 길들이고 튜닝하는 작업이다. 마치 자연에 뛰놀던 거친 야생마를 길들이는 것과 같이 원재료들은 쉽게 우리 입맛에 맞지 않는다. 오랜 세월 동안 기호로 마셔온 차와 커피 그리고 단맛에 길들여진 입맛에 거칠게 다가오는 생경한 천연의 맛이 맞을 리가 없다. 마치 노도와 같이 들판을 달리는 야생마처럼…. 그것들은 길들여지는 것을 거부한다.

덖기 전의 찻잎은 풀냄새와 떫은맛이 진동하고, 로스팅하기 전 커피 원두는 아무 맛이 없다. 하물며 차와 커피도 이러할진대 한약재는 어떠할까. 애정을 가지고 말갈기를 쓰다듬고 귀에다가 속삭이는 것처럼 이리저리 굴려보고 볶아보고 튀겨보고 우러나오는 맛을 찾아내 정리하고 다듬어 나가면 차와 커피와는 다른 독특한 영역이 나타난다. 이것이 한방차를 만들어 가면서 즐기는 일이다. 한약재와 관련한 이러한 다양한 처치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우리가 처음이기 때문이다.

-한의사 허담-

댓글 남기기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You may use these <abbr title="HyperText Markup Language">html</abbr> tags and attributes: <a href="" title=""> <abbr title=""> <acronym title=""> <b> <blockquote cite=""> <cite> <code> <del datetime=""> <em> <i> <q cite=""> <s> <strike> <strong>

*